전 세계적으로 단풍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점차 짧아질 전망이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앞서 9월 28일 `2021년 산림 가을 단풍 예측지도`를 발표하며, 올해 단풍 절정 시기의 전국 평균은 지난해 대비 3일가량 늦어진 10월 26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장 관측이 시작된 2009년 이래, 우리나라 단풍 절정 시기는 연평균 0.4일씩 늦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단풍 시기의 지연 속도가 최근 들어 가속화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관측 자료에 따르면, 여름 기온이 1℃ 올라갈 때마다 단풍 절정 시기는 1.5일씩 늦어졌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정수종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식물에 단풍이 드는 시기가 늦어지는 것은 분명한 기후변화 시그널"이라며, "이는 기후변화가 식생의 생장 리듬을 바꾸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또 "온대 산림의 식생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낮추는 중요한 흡수원"이라면서, "식생의 생장 시기가 변하는 것은 탄소순환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의미하므로 탄소중립이란 국가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단풍 시기의 지연이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목격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 ABC뉴스에 따르면, 대개 9월 말에는 미국 전역에서 단풍이 진행된다. 하지만 올해에는 고온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지역에서 잎들이 늦게까지 푸른 빛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9월 말 단풍이 절정을 이루곤 했던 미국 동부 메인주에서는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나뭇잎이 여전히 녹색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대조되는 현상도 있었다.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주에 소재한 덴버시에서는 나뭇잎의 가장자리가 마르며 벌써부터 낙엽이 지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온의 급작스러운 변화가 이러한 현상을 야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에서는 잎이 갈색으로 변하는 `생리적 잎마름증상`(Foliage scorch)이 관찰됐다. 이는 고온, 건조한 대기, 낮은 토양 수분 등으로 인해 뿌리가 충분한 물을 공급하지 못함에 따라 잎 조직이 죽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리건주립대학의 크리스 스틸(Chris Still) 산림생태계·사회학부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의 주원인은 올해 여름 발생한 폭염 때문이다. 오리건주는 올여름 기온이 43℃ 이상으로 솟구치는 등 극심한 고온 현상에 시달렸다.
이처럼 한편에서는 고온 현상으로 푸른 잎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극심한 기온 변화, 폭염, 가뭄 등으로 잎이 빠르게 말라 떨어지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대조되는 듯 보이는 두 현상의 공통점은 바로 단풍 시기를 단축한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는 단풍을 볼 수 있는 시기와 지역이 차츰 축소되고 있다. 위성 관측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는 1982년 이후 단풍 시기가 10년마다 최대 4일 정도씩 늦춰진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올여름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 `딕시`로 인해 막대한 규모의 산림이 전소됨과 동시에 여름철 평균 기온도 크게 상승했다.
실제로 미국 해양대기청은(NOAA)은 지난 8월 13일(현지 시각), 올해 7월이 지구상에서 역대 최고로 뜨거웠던 달이라고 밝히며, 이는 캘리포니아, 터키, 시베리아, 캐나다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의 영향이 컸다고 전했다.
한편, 이상 기후로 초래된 변화는 관광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산림청에 따르면 미국 북동부의 뉴잉글랜드 지역에서는 가을 단풍 관광으로 연간 80억 달러 규모의 수익이 창출된다. 버몬트주에서만 연간 약 5억 달러의 매출이 단풍 관광으로부터 발생하며, 이는 주가 한 해 관광산업으로 얻는 매출의 20~35%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상기 언급한 메인주 역시 뉴잉글랜드 지역에 속한다. 기후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단풍 시기가 단축된다면, 이들 지역의 관광산업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은 자명하다.
이처럼 지금껏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러나 그 작은 변화가 장차 초래할 위험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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