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앞서 10월 2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및 적용 가이드안(녹색분류체계 수정안)을 관계 기관에 배포하며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지난 27일까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올해 안으로 녹색분류체계를 완성한다는 방침이었다.
녹색분류체계(Taxonomy)는 산업별로 친환경 여부를 판별하는 분류체계를 일컫는다. 어떤 산업을 친환경 산업으로 포함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해 체계적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친환경 산업에 포함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만약 정부가 화석연료 산업을 축소하고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표방한다면, 친환경으로 분류된 산업은 보조금 등 정책 지원은 물론 민관으로부터 많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경부가 이번에 의견수렴을 위해 공개한 녹색분류체계 수정안에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포함한 화석연료 사업이 대거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가 제시한 2021년 10월 20일자 초안에는 "전력·열 중 하나 이상을 생산, 공급하기 위하여 액화천연가스나 혼합가스를 이용하여 발전설비, 열병합설비, 열생산설비 등을 구축·운영하는 활동"을 2030년까지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더불어 기술적인 인정 기준으로 “에너지 생산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320gCO2eq/kWh 이내에 해당”하면 된다고 명시했는데, 현재 노후 발전소를 포함한 국내 가스발전 평균 배출량이 389gCO2eq/kWh 수준임을 감안할 때, 만약 신형 가스발전 설비를 적용하거나 열병합발전으로 진행할 경우 신규 가스발전소 사업이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녹색분류체계 수립을 먼저 시작한 유럽연합(EU)의 경우, 현재 기술 기준에서 석유·석탄 발전은 물론 가스발전까지 친환경 사업에서 제외한 상태로 제도를 추진하는 중이다.
이는 비록 천연가스가 연소 과정에서는 석탄 등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으나, 생산·가공·운송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시추·생산 단계에서 16~34%, 정제·액화 단계에서 6~10%, 운송 단계에서 2~11%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천연가스의 생산부터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발전소의 7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환경부의 이번 녹색분류체계 수정안이 산업계의 압력에 굴복해 후퇴 수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정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온실가스 다량 배출 사업이 '친환경 산업'으로 둔갑해 민관으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의 이번 수정안은 LNG 발전에 대한 전 과정을 평가하는 대신, 발전소에서의 연소 시 배출량만 산정한 것이다. 발전 부문에 대해 일괄적으로 전 과정 평가를 요구한 EU의 녹색분류체계와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LNG 발전은 석유·석탄 화력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도기 동안 가교 역할을 하는 발전으로서는 의미가 있다. 당장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급증시키기 어려운 경우 LNG 발전으로 전력 공급 부족분을 보충하면서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를 감안할 때, LNG 발전도 다른 화석연료 발전과 마찬가지로 좌초자산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영국의 비영리 싱크탱크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가 2020년 4월 발표한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2034년까지 폐쇄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13.7GW)가 LNG 발전소로 대체될 경우, 2060년까지 약 600억 달러 규모의 좌초자산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석탄발전소가 가스발전소로 대체되지 않을 때에는 좌초자산 위험은 절반 수준인 3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발전설비의 경우 수명이 25~30년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신규 화석연료 발전소를 지을 경우 좌초자산 규모가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이에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녹색분류체계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막기 위해 만드는 기준인 만큼 환경 목표에 확실히 기여하는 사업만 포함해야 한다"라면서, "한국이 앞서서 분류체계 수립에 나서고 있는 만큼 잘못된 선례가 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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