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과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다. 에너지, 금속, 곡물 등 23개의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는 이미 10월 들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와 생산이 감소하며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게 되자, 아이러니하게도 화석연료 가격은 솟구쳤고, 이로 인해 중국, 유럽 등지에서는 전력난이 확산되고 있다.
10월 23일 오전 기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84달러를 넘어서며 2014년 말 이후 7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미국 철강업종지수 역시 2008년 이래 13년 만에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원자재 구매 단계에서 개입하는 조정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21일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원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정부가 나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만 의원에 따르면, 국제 철강 가격 급등으로 국내 철근 가격은 2020년 평균 톤당 64만 원 수준에서 2021년 10월 현재 121만 원까지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의 여파가 중소기업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앞서 7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품 생산 시 사용되는 원자재의 약 90%가 2020년 말 대비 가격이 상승했고, 평균적으로는 33.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매출이 감소한 기업이 절반 가까이 이르렀으며,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도 87.4%에 달했다.
반면, 원부자재 생산기업은 상황이 전혀 반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원자재의 약 34%가 철강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대표적인 국내 철강 생산기업인 포스코의 경우, 생산 제품인 열연과 냉연 가격은 전년 대비 2배가량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영업이익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2020년 3분기 6,700억 원이었던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2021년 1분기 1조 5,500억 원, 2분기 2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번 3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3조 1,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분기 실적 중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불과 1년 만에 영업이익이 5배 가까이 상승하는 셈이다.
전체 공급망을 살펴보면, 중소기업 다수는 대기업으로부터 원부자재를 사들여 제품을 만들고, 이렇게 만든 제품을 다시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납품 단계에는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수·위탁 분쟁조정협의회` 등의 제도가 마련돼 있어 급격한 공급원가 상승 시 이를 협의하고 해소할 수 있게 했지만, 사실상 명목상의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원부자재를 구매하는 단계에서는 이런 지원 제도조차 없다. 따라서 이번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가격 조정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다.
이에 이성만 의원은 "대기업이 대부분인 원부자재 생산기업이 호시절을 맞는 동안 중소기업은 코로나19에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잇따른 악재로 고통을 받고 있다"라면서, "대기업이 원가 상승을 빌미로 폭리를 취할 때, 정부나 중소기업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중소기업의 원자재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전용 자금을 운용하고 협동화자금 융자지원, 보증지원 등을 시행하고는 있으나 역부족"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의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에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그간 정부의 역할이 미흡했음을 인정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 협력하는 방안과 법률적 장을 마련하고, 상생법 개정 등을 검토하겠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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